본격적인 서사를 적어 내려가기 전, 『도쿄 리벤저스』라는 장르는 주인공의 타임리프 시도에 따라 과거가 달라지고 미래도 달라져,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본 작품은 완결이 났으며, 최종 타임라인에서 진행되는 과거 및 미래와 연재 당시 주가 되었던 이전 타임라인의 과거 및 미래 이야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물론 이전 타임라인 역시 주인공의 행적에 따라 과거와 미래가 바뀌는 부분들이 존재하나, 제 편의상 최종 타임라인과 이전 타임라인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전 타임라인의 경우 드림캐인 카즈토라가 소년원에 갔다 왔다는 설정이 동일하므로 『#동백의 염원』이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하고 있으며, 최종 타임라인의 경우에는 카즈토라가 소년원에 갔다 오지 않고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기 때문에 『#은방울꽃의 환희』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종 타임라인의 경우, 아직 풀린 이야기가 많이 없기 때문에 제 상상, 즉 날조가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최종 타임라인에 대한 카즈토라의 정보를 얻게 된다면 이에 맞춰서 다시 서사를 수정할 계획입니다.
모든 이야기는 생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도 생일이 지난 만 나이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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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의 염원
1996년 1월 겨울, 히마리의 가족들은 기존에 살던 동네를 떠나 카즈토라 가족이 살고 있는 맨션으로 이사를 오게 됩니다. 히마리의 가족들은 선물을 챙겨 이웃분들에게 이사를 왔다며 인사를 나누던 도중, 세 번째로 방문한 집에서 카즈토라의 가족들을 만나게 돼요. 초인종을 누르고 처음 히마리의 가족들을 맞이해준 사람은 카즈토라의 어머니였어요. 어머니와 카즈토라 어머니는 아이를 키운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니 잠시 나눈다는 이야기가 점점 길어졌어요. 그러던 도중 그의 어머니께서 히마리와 나이가 같은 아들이 하나 있다며 그를 불러 소개를 해주었어요. 히마리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었으나, 겁이 났어요. 이전 동네에서 그랬듯이 또다시 사람들이 자신을 츠유하라 히마리가 아닌 츠유하라 미유, 자신이 이 집에 입양되기 전 먼저 세상을 떠난 언니와 겹쳐볼까 봐요. 이곳에 이사 오게된 이유 역시 부모님과 오빠들이 보았을 때 히마리가 어른뿐만 아니라 친구 사귀는 일을 어려워한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었어요. 주위 사람들이 히마리와 미유가 닮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을 부모님께서 듣게 되면서 그동안의 히마리의 행동들이 이해가 가는 가족들이었어요. 망설이던 히마리는 이웃집들에게 인사하러 오기 전 친구들을 많이 사귀길 바란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라, 용기를 내서 카즈토라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게 돼요. 카즈토라도 마찬가지로 히마리에게 인사를 해주면서 둘의 이야기는 시작해요. 카즈토라와 히마리는 같은 나이, 같은 유치원, 가까운 집(위층과 아래층 사이) 덕분에 금방 친구가 되었고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히마리는 카즈토라와 친구가 되고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그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츠유하라 히마리'로 봐준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렇게 히마리는 6살이라는 어린 나이 때부터 카즈토라를 향한 사랑이라는 마음을 품게 됩니다.
소학교에 입학하고 조금씩 생각이라는 것이 성장할 무렵, 히마리는 카즈토라의 집에 폭력이 난무하다는 사실을 알게 돼요. 카즈토라의 아버지가 아들과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 거였죠. 그의 어머니께서는 이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셨지만 히마리는 눈치채고 말아요. 지금의 가족들을 만나기 전 히마리는 미혼모 가정에서 태어나 친 어머니의 학대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릴 수 있었어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에게 더 자주 시선이 가는 법. 히마리의 시선은 늘 카즈토라에게 향해 있었지만 그의 집 사정을 알게 된 뒤로는 더욱 그에게 향하는 시선이었어요. 어릴 적 자신과 겹쳐 보이기도 했고, 괴로울 그를 도와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히마리는 카즈토라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또 챙겼어요. 카즈토라는 자신의 집과 다르게 화목한 히마리의 집이 불편했지만 '츠유하라 히마리'라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나쁘지 않았어요. 즐거울 때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잠시나마 괴로운 집의 상황을 잊을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소학교 5학년은 이전에 친했던 친구와 점점 멀어지곤 하는 나이죠. 카즈토라와 히마리는 여전히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지만 이전만큼은 아니었어요. 히마리는 여자 친구들과, 카즈토라는 남자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비교적 많았죠. 어울리는 친구들도요. 이 무렵 좋은 이야기가 있다면 카즈토라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혼했다는 점이었어요. 더 이상 어릴 때처럼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살지 않아도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히마리의 시선은 늘 카즈토라에게 향했어요. 변함없이 그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고 있는 것과 별개로 늘 어딘가 불안해 보였거든요. 또 카즈토라와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이 좋은 친구들 같지 않아 보여, 혹시나 그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이 되었어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그에게 자신을 제외한 다른 친구가 있었는데, 그들은 카즈토라를 진정한 친구로 보는 게 아닌 돈줄로 여겼기 때문이었어요. 그를 대하는 행동을 통해 금방 알 수가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카즈토라는 '바지'라는 친구를 만나고 변하게 돼요. 히마리와 마찬가지로 내성적이던 카즈토라가 타인에게 제대로 화도 낼 줄 알고, 자신의 의견을 아무렇지 않게 내는 아이가 된 것이었죠. 히마리에게 바지를 소개해 준 뒤, 히마리는 '바지'라는 친구는 그의 다른 이전 친구들과 다르게 그를 진심으로 대해준다는 것을 느껴요. 바지가 거친 친구긴 하지만 어릴 적부터 그가 행복하길 바라고 좋은 친구가 생기길 바랐던 히마리는, 바지가 그의 친구가 되어준 것이 무척이나 기쁘고 고마웠어요.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히마리에게는 또 다른 걱정이 생겨나게 돼요. 바지가 좋은 친구고 나쁘지 않은 것은 맞으나, 카즈토라 역시 거친 성격과 성향을 갖게 되면서 둘이 함께 위험한 일을 하곤 했거든요. 친구들이 다치지 않길 바랐기에 히마리는 늘 그들을 말리면서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죠. 친구와 좋아하는 사람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마음이니까요. 중학교에 입학한 뒤 바지는 카즈토라에게 자신의 또 다른 친구들을 소개해 주게 줍니다. 바지가 소개해 준 친구들 역시 좋은 친구들이였고 바지와 카즈토라를 포함한 여섯 명(마이키, 드라켄, 바지, 미츠야, 파칭)이 함께 어울려 다니게 돼요. 그리고 '도쿄 만지회'라는 폭주족을 만들어 활동하기 시작해요. 히마리는 카즈토라가 다섯 명의 친구들과 함께 친하게 지내고 어울려서 다닌다는 점이 너무 기뻤어요. 그가 행복하길 바라고, 편하게 의존할 수 있는 곳(기댈 수 있는 곳)이 있기를 바라는 히마리에겐 무척이나 좋은 소식이었으니까요. 물론 다른 친구들도 거칠었지만 그중에서 미츠야와 드라켄은 어른스러운 친구들이었기에 그래도 좀 위험한 일에 대한 걱정이 줄었어요. 여섯 명이 싸움과 같이 위험한 일을 좋아하긴 하지만 정말 하면 안 되는 일은 미츠야나 드라켄이 말려줄 거라는 안심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것은 히마리의 안일한 생각이었어요. 아무리 믿음이 가는 친구들이 있더라도, 카즈토라가 위험한 일을 하거나 옳지 못한 생각을 한다면 옆에서 바로잡아줬어야 하는 거였는데···. 카즈토라는 바지를 데리고 곧 생일인 마이키를 위해 바이크를 훔치러 가기로 결정을 내려요. 바지가 옆에서 말리지만 마이키를 기쁘게 해주자는 카즈토라를 결국 도와주게 돼죠. 그리고 바이크 가게의 사장에게 걸리게 됩니다. 들켰다는 사실에 카즈토라는 바이크 가게 사장을 죽게 만들고 말아요. 바지의 말을 통해 자신이 죽인 사람이 마이키의 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카즈토라였어요. 마이키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한 행동이었는데 역으로 마이키의 소중한 가족을 죽였다는 사실에 카즈토라는 불안에 떨며 자신의 행동을 부정해요. 그 결과 이 모든 행동이 자신의 탓이 아닌, 마이키 탓이라 돌리게 돼요. 그렇게 카즈토라는 변하고 맙니다. 히마리는 카즈토라가 살인죄로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 안일했던 자신의 행동 때문에 그가 나쁜 길로 나아가게 된 것이고, 그것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죄책감을 느껴요. 여섯 명이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이 좋아 보였기에 히마리는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을 줄여갔거든요. 동시에 말려줄 것 같은 안심이 가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히마리는 가끔 카즈토라가 위험한 말이나 행동을 하더라도 정말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과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토를 달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넘겼어요. 그 때문에 히마리는 카즈토라가 평소 위험한 일을 할 때마다 자신이 말렸다면 이러한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을 거라는 후회가 들었어요. 히마리는 카즈토라가 출소한 이후에는 바른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기로 마음을 먹어요. 그렇게 카즈토라의 출소 날짜를 기다리며 히마리는 꾸준히 편지를 그에게 보내요. 그의 답장을 받을 때면 답장을 써줬다는 사실에 기쁘기도 했지만, 그동안 자신이 알았던 카즈토라와는 다른 듯한 느낌을 받아요. 내성적인 히마리에게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남의 탓이라 여기는, 카즈토라의 행동이 너무나 낯설고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 것 같은 거리감이 생기게 돼요.
중학교 3학년 가을, 카즈토라는 2년의 소년원 생활을 마치고 출소하게 됩니다. 카즈토라는 이전까지도 히마리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늘 눈에 보였고, 카즈토라는 그걸 즐겼어요. 마치 인기가 많은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중학생이라는 사춘기 시기는 자신의 인기에 대해 생각할 나이기도 하니까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보지 못하다 보니, 카즈토라는 출소 후 히마리를 만났을 때 그녀가 여전히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느껴요. 그동안 보내준 편지에서도 느꼈지만 얼굴을 마주 보았을 때 확신하게 돼요.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요. 그렇다 보니 카즈토라는 히마리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당연시 여기게 됩니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히마리의 사랑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2년이라는 시간은 많은 것을 변화시키죠. 더군다나 그 시간 동안 카즈토라와 히마리는 보지를 못했어요. 성장기의 아이들은 금방 자라는 것처럼, 두 사람 역시 성장을 했죠. 중학교 1학년 때보다 외적으로 더욱 성숙해진 히마리의 모습에 카즈토라는 이전과는 다른 관심이 그녀에게 생겨나요. 자신이 좋아하는 신체적 요소가 그녀에게 뚜렷하게 나타났거든요. 그런 카즈토라의 생각도 모르고, 히마리는 이제부터는 다시 카즈토라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어요. 하지만 편지에서 느꼈듯이 변화한 그의 모습에 2년 전처럼 쉽게 다가갈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히마리는 용기를 내어 이전처럼 카즈토라와 함께 있으려고 하고, 다가가려고 노력을 해요.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그 사람이 나쁜 짓을 하지 않길 바라니까요···. 히마리는 카즈토라가 더 이상 나쁜 짓과 위험한 일을 하지 않도록 옆에서 말려요. 물론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죠. 하지만 카즈토라는 그런 히마리의 마음도 몰라주고, '바르바라' 라는 새로운 폭주족에 들어가 여전히 위험한 일을 합니다. 그렇게 히마리는 발레 레슨과 연습이 없는 시간에는 카즈토라를 만나러 가고, 카즈토라 역시 자신을 보러 오는 히마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 돼요.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큰 변화가 생겨요. 정확히는 두 사람의 사이와 카즈토라에게 변화가 생겼죠. 카즈토라가 바르바라에 들어가고, 히마리는 그를 만나러 바르바라 아지트인 게임센터에 가는 일이 잦았어요. 그렇다 보니 다른 폭주족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들이 자주 생겨났죠. 그녀가 다른 남자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자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은 카즈토라였어요. 비슷한 상황들을 볼 때마다 괜히 짜증이 나, 그들 사이를 방해하곤 했어요. 카즈토라는 히마리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지 못한 채, 질투와 집착을 한 거였죠. 그리고 점차 카즈토라와 히마리는 사귀는 사이가 아님에도 연인들이 할 법한 행동들을 나누게 돼요. 손잡기, 껴안기, 입맞춤··· 같은 거 말이에요. 사귀는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늘 먼저 다가오는 카즈토라를 밀어내야 하는게 맞지만.. 결국 밀어내지 못하고 자신의 욕심 때문에 그를 받아주고 마는 히마리였어요. 카즈토라 역시 히마리와 연인들이 할 법한 행위들을 하는 것이 기분 나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즐거웠죠. 또 자신이 그런 행동들을 할 때마다 부끄러워하는 히마리의 모습들이 꽤 마음에 들었거든요.
2005년 10월 31일 할로윈 날, 바르바라와 도쿄 만지회는 결전을 하게 됩니다. 카즈토라는 도쿄 만지회의 총장인 마이키를 죽이고 싶어했고, 그 과정에서 카즈토라는 바지가 배신했다고 생각해 칼로 그를 찔러요. 결국 화가 난 마이키가 카즈토라를 때리는데,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든 늘 옆에 있어준 바지에 대한 소중함과 고마움을 깨달아요. 그리고 쓰러졌던 바지가 일어나 카즈토라 손엔 죽지 않는다며 칼로 자신을 찌릅니다. 카즈토라를 향한 바지의 배려였죠. 이성을 잃은 마이키를 말려준 타케미치 덕분에 카즈토라는 살게 되며, 그가 떨어트린 부적을 통해 도쿄 만지회가 만들어진 의미를 다시 상기시킬 수 있었어요.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카즈토라는 이전과 다르게 진심을 담아 마이키에게 사과를 하고, 결전이 있었던 장소에 남아 경찰에게 붙잡히게 돼요. 히마리는 피의 할로윈 이야기와 카즈토라가 잡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자신이 카즈토라의 잘못을 또 한 번 막지 못했다는 사실과 친하게 지냈던 바지가 죽었다는 사실에요. 카즈토라의 면회에 간 히마리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그가 바뀌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전과 다르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면서요. 히마리는 바지의 죽음이 있었기 때문에 카즈토라의 변화에 대해 마음껏 기뻐할 수는 없었지만, 그가 지금이라도 변화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요. 히마리는 카즈토라의 곁에 남아줄 사람이 이전보다 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가 변하면서 친한 친구들과 멀어졌으니까요. 지금은 카즈토라를 용서해 주는 이들도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는 두 번의 살인을 저질렀고, 그가 살아가야 하는 사회는 아무리 바뀌고 바른길로 나아가려고 해도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어 그를 피하고 배척할 테니까요. 히마리는 카즈토라가 낙인으로 인해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옆에서 그를 인도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또 어릴 적과 마찬가지지만 앞으로가 더 힘들어질 카즈토라에게 조금이나마 이 사회에서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어요.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자에게는 그 죄책감이 더 무겁게 느껴지니까요. 늘 카즈토라의 행복을 바라는 동시에 언제든 그가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던 히마리는 카즈토라의 옆에 남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좋아한다는 마음과 별개로 홀로 남게 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것이니까요.
그렇게 소년원에서 10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면서 카즈토라는 히마리에게 향하던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돼요. 히마리는 처음 카즈토라가 소년원에 갔을 때처럼 꾸준히 편지를 써서 보내고, 면회를 갔어요. 그런 히마리에게 카즈토라는 고마움을 느꼈어요. 피의 할로윈 사건으로 주변 사람에 대한 감사함을 깨달았거든요. 바지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잘못을 마이키 탓으로 돌리는 동안에도 떠나지 않고 옆에 있어주었으니까요. 또 한 번 사람을 죽게 만든 지금 역시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늘 제게 웃으며 한결같은 애정.. 사랑을 주었죠. 그렇게 카즈토라는 소년원에 있으면서 히마리와 함께 했었던 시간들을 곱씹곤 했어요.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지난날들의 잘못들이 떠올라 괴로울 때도 있었지만요. 하지만 이전처럼 부정하고 피하지는 않았어요. 자신이 잘못한 일이고 그 죄의 무게를 견디며 평생 반성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런 과정에서 카즈토라는 자신이 히마리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요. 히마리가 다른 남자아이들과 있을 때 짜증이 나고, 어째서 자신의 옆에만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는지. 카즈토라는 그동안 의문이 생겼던 자신의 모든 행동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어요. 카즈토라는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뒤, 히마리의 사랑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자신의 행동이 미안해지기도 했어요. 만약 자신이 히마리와 같은 입장에 서있었다면 화가 났을 테니까요. 자신의 감정을 당연시 여긴다는 건 기분 나쁜 일이니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카즈토라는 히마리와 거리를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히마리를 향한 자신의 마음과는 별개로요. 이유는 간단해요. 자신은 살인을 두 번이나 저지른 사람이고, 그녀는 발레리나를 꿈꾸는 멋진 사람이었으니까요. 화려하게 빛나야 하는 사람 옆에 자신이 서있다면, 사람들은 애꿎은 히마리에게 왜 저런 살인자를 좋아하냐며 돌을 던질게 뻔했거든요. 사람들은 가십거리를 좋아하고,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들으니까요. 자신이 히마리의 꿈을 망칠 수 없었어요. 그렇기에 카즈토라는 출소 후 그녀와 거리를 두고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기 시작해요. 카즈토라가 결심을 한 것처럼 히마리도 변하게 됩니다. 바로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로 말이죠. 학생 때는 자신이 그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성도 아니고 용기가 없어 고백을 하지 못했거든요. 물론 지금도 그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히마리였어요. 하지만 학생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마음가짐이었어요. 자신이 카즈토라에게 마음을 전하지 않는다면 카즈토라는 모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죠. 그러니 그에게 마음을 전해야 한다고 ···.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을 모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히마리는 사회에 나와 미성년자 때와 다르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친해지고 여러 경험을 쌓으면서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 거였어요. 그렇게 히마리는 용기를 내서 카즈토라에게 고백을 합니다. 하지만 히마리와 다르게 카즈토라는 그녀와 멀어져야 한다고 마음먹은 상태. 카즈토라는 히마리의 고백을 거절해요. 일방적으로 자신이 카즈토라에게 마음을 전한 입장이니, 히마리는 마음은 아프지만 거절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하며 자신의 마음을 다독여요. 카즈토라는 자신의 마음을 거부하고, 히마리의 고백을 거절한다는 게 무척이나 힘들었어요. 그녀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지만 카즈토라 눈에는 히마리의 눈에 눈물이 차오른 게 보였거든요. 비록 차였지만.. 히마리는 그를 좋아하는 마음에 친구로서라도 그의 옆에 남고 싶었어요. 그가 부담스러울 테니 마음 역시 빠른 시간 내로 정리할 수는 없겠지만 천천히 정리를 하려고 노력을 했어요. 그렇게 친구 사이로 지내면서 히마리는 카즈토라가 자신을 밀어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어쩔 때는 한없이 잘해주는 모습에 혼란이 오기 시작해요. 히마리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그에게 마음을 전해보기로 마음먹어요. 그렇게 히마리는 카즈토라에게 또 한 번 마음을 전하게 돼요. 결과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거절.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카즈토라의 표정이 달랐다는 점이에요. 그의 말과 다르게 표정은 무척이나 슬퍼 보였거든요. 히마리는 지난번과 달랐던 카즈토라의 모습에 또다시 혼란이 찾아오기 시작해요. 동시에 그가 나를 좋아할 수도 있겠다는 작은 희망이 생기기도 했죠. 그렇게 히마리는 이후에도 몇 차례 그에게 고백을 했고, 카즈토라는 거절을 했죠. 그리고 카즈토라도 마찬가지로 히마리를 보고 싶고 만나고 싶다는 욕심이 결심을 이겨버려, 결국 자신도 모르게 히마리에게 다가가는 일도 있었어요.
계속 카즈토라가 거절하고 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고백하는 행위가 그에게 실례라는 것을 히마리는 알고 있었어요. 결국 히마리는 이번의 고백을 마지막으로 그에게 고백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려요. 아무리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이 마음을 타인에게 강요를 해서는 안 되는 거니까요. 또 '카즈토라 군도 나와 같은 마음인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계속 거절하는 걸 보면 자신이 잘못 짚은 게 분명할 테니까요. 마지막 고백 역시 거절하게 된다면 히마리는 카즈토라를 향한 이 마음을 완전히 정리하기 전까지는 카즈토라를 만나지 않기로 마음먹어요. 그래야 조금은 서로 편해지고 친구로 남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히마리는 카즈토라와 만나기로 약속해요. 만나기로 한 시간은 제법 늦은 시간이었어요. 히마리의 발레 공연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히마리는 잠깐이라도 카즈토라를 만나는 게 좋았고, 오늘은 좋아한다는 그 말을 전하는 게 목표였기에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어요. 그렇다 보니 만난 두 사람은 저녁을 먹은 후 함께 시간을 좀 보내니 금방 헤어질 시간이 되었죠. 시간이 늦어기에 카즈토라는 히마리의 집 앞까지 데려다주기로 해요. 그렇게 나란히 길을 걷다 두 사람은 한 작은 공원에 들어가요. 히마리의 집 근처 공원으로, 이곳을 지나가야 히마리의 집이 나왔거든요. 히마리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오늘 그를 만난 이유는 마지막 고백을 하기 위한 것. 그렇기에 히마리는 걸음을 멈추고 용기를 내어 카즈토라를 불렀어요.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카즈토라는 걸음을 멈추고 히마리를 바라보았어요. 히마리는 살며시 미소 짓고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아한다는 마음을 꾹꾹 담아, 사랑한다고(愛してる) 고백을 해요. 그리고는 작게 웃으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그동안 자신이 귀찮게 했다며 사과를 해요.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말과 ···. 아무 말 하지 않는 카즈토라의 모습에 히마리는 계속 귀찮게 하는 자신 때문에 화가 났다고, 질렸을 거라고 오해를 해요. 사실은 그게 아니었는데 말이죠. 좋아해(大好き)가 아닌 사랑한다는(愛してる) 말에 놀라 잠시 멍하니 히마리를 바라본 거였거든요. 일본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은 잘 하지 않으니까요. 그렇기에 카즈토라는 거절을 해야 한다는 걸 잠시 잊었어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다니 정말 좋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히마리에게 피해를 줄까 봐 늘 고백을 거절해왔던 카즈토라 입장에서는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죠. 미안하다며 거절을 하려는 순간 히마리는 데려다줘서 고맙다며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겠다 말을 해요. 잘 가라는 말과 함께 뒤돌아서 집으로 가는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 카즈토라는 이젠 히마리를 보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잘가라는 그 말이 이별처럼 느껴졌거든요. 그 순간 카즈토라는 참지 못하고 저 멀리 걸어가는 히마리에게 달려가 껴안고 말아요. 그리고는 그동안 참아왔던 자신의 진심, 마음을 내뱉기 시작해요. 그동안 숨겨왔던 카즈토라의 마음을 알게 된 히마리는 뒤돌아서 바라봐요. 그에게 고백한 순간부터 차올랐던 그 눈물을 닦지도 못한 채 말이에요. 카즈토라는 자신을 바라보는 히마리에게 좋아한다 말을 해요. 그러고는 히마리의 뺨을 붙잡고 입을 맞추게 돼요.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잠시 놀란 히마리지만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좋아, 그녀 역시 조용히 눈을 감아요. 그렇게 카즈토라와 히마리는 눈이 내리는 겨울날 밤, 연인이 됩니다.
# 은방울꽃의 환희
1996년 1월 겨울, 히마리의 가족들은 기존에 살던 동네를 떠나 카즈토라 가족이 살고 있는 맨션으로 이사를 오게 됩니다. 히마리의 가족들은 선물을 챙겨 이웃분들에게 이사를 왔다며 인사를 나누던 도중, 세 번째로 방문한 집에서 카즈토라의 가족들을 만나게 돼요. 초인종을 누르고 처음 히마리의 가족들을 맞이해준 사람은 카즈토라의 어머니였어요. 어머니와 카즈토라 어머니는 아이를 키운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니 잠시 나눈다는 이야기가 점점 길어졌어요. 그러던 도중 그의 어머니께서 히마리와 나이가 같은 아들이 하나 있다며 그를 불러 소개를 해주었어요. 히마리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었으나, 겁이 났어요. 이전 동네에서 그랬듯이 또다시 사람들이 자신을 츠유하라 히마리가 아닌 츠유하라 미유, 자신이 이 집에 입양되기 전 먼저 세상을 떠난 언니와 겹쳐볼까 봐요. 이곳에 이사 오게된 이유 역시 부모님과 오빠들이 보았을 때 히마리가 어른뿐만 아니라 친구 사귀는 일을 어려워한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었어요. 주위 사람들이 히마리와 미유가 닮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을 부모님께서 듣게 되면서 그동안의 히마리의 행동들이 이해가 가는 가족들이었어요. 망설이던 히마리는 이웃집들에게 인사하러 오기 전 친구들을 많이 사귀길 바란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라, 용기를 내서 카즈토라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게 돼요. 카즈토라도 마찬가지로 히마리에게 인사를 해주면서 둘의 이야기는 시작해요. 카즈토라와 히마리는 같은 나이, 같은 유치원, 가까운 집(위층과 아래층 사이) 덕분에 금방 친구가 되었고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히마리는 카즈토라와 친구가 되고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그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츠유하라 히마리'로 봐준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렇게 히마리는 6살이라는 어린 나이 때부터 카즈토라를 향한 사랑이라는 마음을 품게 됩니다.
소학교에 입학하고 조금씩 생각이라는 것이 성장할 무렵, 히마리는 카즈토라의 집에 폭력이 난무하다는 사실을 알게 돼요. 카즈토라의 아버지가 아들과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 거였죠. 그의 어머니께서는 이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셨지만 히마리는 눈치채고 말아요. 지금의 가족들을 만나기 전 히마리는 미혼모 가정에서 태어나 친 어머니의 학대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릴 수 있었어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에게 더 자주 시선이 가는 법. 히마리의 시선은 늘 카즈토라에게 향해 있었지만 그의 집 사정을 알게 된 뒤로는 더욱 그에게 향하는 시선이었어요. 어릴 적 자신과 겹쳐 보이기도 했고, 괴로울 그를 도와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히마리는 카즈토라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또 챙겼어요. 카즈토라는 자신의 집과 다르게 화목한 히마리의 집이 불편했지만 '츠유하라 히마리'라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나쁘지 않았어요. 즐거울 때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잠시나마 괴로운 집의 상황을 잊을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소학교 5학년은 이전에 친했던 친구와 점점 멀어지곤 하는 나이죠. 카즈토라와 히마리는 여전히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지만 이전만큼은 아니었어요. 히마리는 여자 친구들과, 카즈토라는 남자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비교적 많았죠. 어울리는 친구들도요. 이 무렵 좋은 이야기가 있다면 카즈토라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혼했다는 점이었어요. 더 이상 어릴 때처럼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살지 않아도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히마리의 시선은 늘 카즈토라에게 향했어요. 변함없이 그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고 있는 것과 별개로 늘 어딘가 불안해 보였거든요. 또 카즈토라와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이 좋은 친구들 같지 않아 보여, 혹시나 그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이 되었어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그에게 자신을 제외한 다른 친구가 있었는데, 그들은 카즈토라를 진정한 친구로 보는 게 아닌 돈줄로 여겼기 때문이었어요. 그를 대하는 행동을 통해 금방 알 수가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카즈토라는 '바지'라는 친구를 만나고 변하게 돼요. 히마리와 마찬가지로 내성적이던 카즈토라가 타인에게 제대로 화도 낼 줄 알고, 자신의 의견을 아무렇지 않게 내는 아이가 된 것이었죠. 히마리에게 바지를 소개해 준 뒤, 히마리는 '바지'라는 친구는 그의 다른 이전 친구들과 다르게 그를 진심으로 대해준다는 것을 느껴요. 바지가 거친 친구긴 하지만 어릴 적부터 그가 행복하길 바라고 좋은 친구가 생기길 바랐던 히마리는, 바지가 그의 친구가 되어준 것이 무척이나 기쁘고 고마웠어요.
중학교 1학년 카즈토라는 이전 타임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이들과 도쿄 만지회를 만들게 돼요. 다만 이전과 차이점이 있다면 타케미치와 산즈도 초기 멤버과 되었다는 점이었어요. 또한 카즈토라는 이전 타임라인에서처럼 마이키의 형인 신이치로를 죽이지 않게 돼요. 그 덕분에 신이치로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는 일도 생겼죠. 그렇게 카즈토라는 이전과 다르게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게 돼요.
그렇게 이전 타임라인과는 다르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카즈토라는 3학년이 됩니다. 어느 날 카즈토라는 어떤 남자 애들이 히마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게 돼요. 다만 대화 내용은 깨끗하지 못했죠. 히마리의 외적인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거든요. 얼굴도 예쁘고 가슴도 크다면서요. 평소 성적인 것을 좋아하는 카즈토라였지만 어쩐지 이 대화를 들으니 기분이 나빠졌어요. 자신의 소꿉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도 있었지만, 자신도 모르겠는 이유로 평소보다 더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되는 카즈토라였어요. 그는 남자 아이들에게 다가가 싸움을 걸고 그딴 소리 하지 말라며 경고를 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 카즈토라는 중간에 수업을 빼먹고 옥상에 올라가 누워 있다 잠에 빠지고 말아요. 히마리는 수업을 빼먹은 카즈토라를 찾다가 옥상까지 올라가게 돼요. 그리고 자고 있는 카즈토라를 발견해요. 수업이 있었다면 그를 흔들어서 깨웠겠지만 마침 학교도 끝난 방과후 였기에 히마리는 카즈토라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기로 해요. 히마리는 조용히 옥상 난간에 서서 경치를 바라보았어요. 푸른 하늘과 따스한 햇살, 그리고 시원하게 보이는 풍경. 답답한 마음을 없애주는 것 같아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뿐인데도 기분이 좋아졌어요. 어째서 카즈토라가 옥상을 좋아하는지도 알 것 같은 기분이었죠. 잠에서 깬 카즈토라는 비몽사몽 앞을 바라보는데 자신의 앞에 익숙한 사람이 서있는 것만 같았어요. 그는 익숙한 이름 석 자, 히마리를 불러보았죠. 히마리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서 그에게 잘 잤냐며 인사를 했어요. 그 순간 카즈토라는 잠시 세상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새삼스럽지만 순간 히마리가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카즈토라였어요. 히마리는 예쁘게 생겼으나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늘 함께하다 보니 카즈토라는 히마리가 예쁘다는 걸 잊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일어난 카즈토라와 히마리는 옥상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요.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카즈토라는 괜히 히마리를 의식하게 됩니다. 그러고는 문득 지난번 남자아이들이 했던 말들이 떠오르고 말아요. 어릴 적부터 함께 하다 보니 카즈토라는 이러한 외적인 변화들을 많이 안 보다가 보는 사람들에 비해 바로 알아차릴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그들의 말이 자꾸만 떠오르면서 카즈토라는 그들이 말한 것들을 바라보았어요. 카즈토라는그제서야 히마리 역시 성장했다는 걸 깨닫게 돼요.
여름의 하나비 축제, 카즈토라는 오랜만에 히마리와 단둘이 하나비 축제를 즐깁니다. 작년만 해도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서 즐겼거든요. 히마리가 며칠 전에 함께 축제에 가자고 권유에 응하고 카즈토라는 축제를 이전과 다르게 기대하게 되었어요. 초여름부터 히마리의 외양은 물론 행동 모든 것들에 관심이 가고 의식하게 되었거든요. 이때까지만 해도 카즈토라는 히마리에게 향한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지 못한 상태였어요. 축제에 간 두 사람은 여러 음식도 먹고 2년 전 했었던 금붕어 건지기도 하게 돼요. 그때처럼 건지기 실패한 히마리를 위해 카즈토라는 금붕어를 건졌고, 그들을 히마리에게 주는 그였어요. 히마리는 이 상황이 2년 전처럼 흘러가 웃음이 자꾸만 피어났어요. 카즈토라와 히마리는 불꽃놀이를 보러 사람들이 비교적 적은 장소로 향했어요. 그곳으로 가던 중 히마리는 카즈토라보다 좀 더 앞서간 뒤, 돌아서서 금붕어가 담긴 봉지를 들어 올리곤 그에게 고맙다 인사를 해요. 집에 있는 애들에게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다면서요. 카즈토라는 환하게 웃는 히마리의 얼굴을 보자 자신의 가슴이 빠르게 뛴다는 것을 느꼈어요. 분명 몇 개월 전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던 것들이 초여름부터 조금씩 변해 예쁘게만 느껴졌어요. 카즈토라는 그 순간 정말 홀린 듯이 히마리만을 바라보게 되었죠.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히마리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저 히마리가 성장해서 그런 거라며 부정했던 그 마음을요.
2006년이 되기 전, 히마리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생겨요. 발레를 그만둘지 아니면 계속할지. 이유는 간단해요. 2차 성징으로 인해 변한 신체가 발레와 맞지 않았거든요. 히마리는 높은 발등과 X자 다리, 반장슬, 그리고 재능을 갖추었어요. 그러나 작은 발과 157cm라는 작은 키를 갖고 있었어요.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면 바로 가슴이었어요. 발레에서는 가슴이 작은 것이 좋은데 히마리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가슴이 큰 발레리나를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없었고, 동시에 체형 문제로 인해 그만두는 친구들이 존재했었어요. 그렇기에 히마리 역시 자신도 그만둬야 하나 고민에 빠지게 된 거였어요. 하지만 히마리는 발레를 너무나 좋아했고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렇다 보니 한동안 히마리의 얼굴이 어두웠고, 카즈토라 눈에는 그런 히마리의 모습이 눈에 밟혔어요. 카즈토라는 히마리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어요. 히마리는 처음에 괜찮다고 말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카즈토라 군이라면 어떻게 할 거야..?"라며 솔직하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어요. 부모님과 오빠들은 체형 관련해서 문제가 있더라도 네가 발레를 좋아한다면 계속하라며 지지를 해주었어요. 가족들이 자신을 지지해 준다는 사실에 조금은 마음이 놓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확신히 들지 않고 흔들리는 히마리였어요. 가끔은 진지한 말보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로 확신을 얻거나 위로를 받듯이, 히마리 역시 카즈토라의 말에 발레를 계속해야겠다는 확신이 들게 되었어요. 카즈토라는 "내가 너라면 계속할 거야"라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어요. 그에게는 간단했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걸 하겠다는데 주위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 말을 들은 히마리는 안심이 되었어요. 가족이 아닌 제3자의 의견인 동시에 그 말에서 용기를 얻었거든요. 그렇게 히마리는 카즈토라를 더 좋아하게 되었죠.
히마리와 친한 친구 중에 친한 남자애와 사귀는 친구가 한 명이 있어요. 친한 친구에게 있어서 친한 남자애 말이에요. 그 친구는 히마리가 카즈토라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늘 고백하지 못하는 히마리가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답답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늘 히마리에게 고백을 하라고 말하거나 도움이 될 만한 조언들을 해주었어요. 하지만 히마리는 고백을 했다가 지금보다 못한 사이가 될까 봐 미리 겁을 먹어버려 늘 시도조차 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일단 네 마음을 전해야 상대방도 아는 거라며, 고백을 해보라고 친구가 조언을 해주어요. 그리고 이 조언은 히마리를 움직이게 만들었고, 12월 겨울에 히마리는 카즈토라에게 고백을 하기로 결심을 하게 돼요.
2005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며칠 전 히마리는 카즈토라에게 함께 수족관에 다녀오지 않겠냐며 물어요. 그리고 저녁에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오지 않겠냐는 말 역시 덧붙였죠. 그렇게 두 사람은 수족관 데이트를 하게 돼요. 사실 카즈토라에게는 수족관이 따분하게 느껴지는 곳이라, 다른 사람이 권유를 한 것이라면 거절을 했을 거예요. 하지만 데이트인 동시에 상대가 히마리기에 응한 거였죠. 크리스마스 당일이라 그런지 수족관에는 가족들과 연인, 친구들이 많아 서로 놓치기가 쉬웠어요.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수족관을 구경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수족관 데이트를 끝내고 큰 트리도 보러 갔다 와요. 그리고 저녁 시간이 되어가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향해요. 집으로 향하는 길에 공원이 하나 있는데, 히마리는 카즈토라를 불러 세워 할 말이 있다며 잠시 시간을 내달라고 말해요. 그리고 사람이 적은 공원에 들어가요. 분명 오늘은 꼭 말해야겠다고, 며칠 동안 시뮬레이션까지 돌렸는데도 정작 실전이 오니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히마리였어요. 그렇게 뜸을 들이던 히마리는 카즈토라의 무슨 일이냐는 말에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좋아한다며 고백을 저지르고 말아요. 그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 말을 할지 완벽하게 계획을 세웠는데 말이죠. 카즈토라는 히마리의 고백에 살짝 당황을 하고 말아요. 싫어서가 아닌 좋아서요. 사실 카즈토라는 히마리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나니까, 자신답지 않게 혹시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거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었어요. 히마리는 모두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으니까요···. 히마리는 살짝 당황하는 그의 모습에 망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러고는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지금처럼 지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어요. 사이가 안 좋아진다는 것은 카즈토라를 좋아하는 히마리에겐 끔찍한 일이었거든요. 히마리가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으려는 순간, 카즈토라는 자신도 좋아하고 있다고 말해요. 방금까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카즈토라의 대답에 히마리는 너무나 기뻤어요. 미소를 참을 수가 없었죠. 히마리는 그에게 정말이냐며 재차 묻곤 했어요. 믿기지가 않았거든요.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은 뒤, 행복한 발걸음으로 히마리네 집으로 향해요.